고성의 문화와 역사

Culture and History

민속

-- 나. 의미의 세분화(細分化) 현상

작성일
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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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의 것과는 달리 방언권을 달리 하면서 어느 지역방언에선 하나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지역을 달리하는 방언권에선 그 대상을 좀더 세분화하고 따라서 그 명칭도 세분화하는 현상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그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대상을 좀더 세분화하여 인식하게 되는 것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들의 얼마간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능기(能記 signifiant)로서의 명칭인 형태는 표준어에서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으나 소기(所記 signifie)로서의 지시하는 대상이 표준어의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 예들부터 살펴보면 다음의 것들이 있다.

① '농악대(農樂隊)'에서 사용되는 악기로는 '꽹새', 혹은 '껭가리(꽹가리)', '징', '나팔', '소고', '퉁쇄(통소)'등과 '세맨'이나 '장구'가 있다. 이중 '세멘'과 '장구'구별이 대상의 세분화 현상과 그로 인한 동일한 어취 형태가 다른 대상을 지시해 주는 예에 속하는 것이다. 흔히 '장구'란 오동나무 통을 사용하여 허리를 잘록하게 한 것으로 오른쪽은 말가죽을, 왼쪽은 쇠가죽을 매어 손과 가느다란 채로 치는 타악기의 한가지인데, 이 방언권에선 한쪽 면에만 가죽을 댄 것을 장구라 부르고, 양쪽 면 모두에 가죽을 댄 것은 세맨이라 부르고 있다. 즉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장구와 이 지역에서의 장구란 그 대상이 다른 것이어서 동일한 어휘형태로 다른 대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 표준어 사용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구' 라는 대상에는 다른 명칭 '세맨' 을 부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② 집안에서 버린 물이나 빗물이 흘러가도록 만든 시설을 '하수구' 혹은 '수채'라 부르고, 빗물이나 수채물 따위가 잘 빠지지 않아 질척질척하게 된 곳을 '시궁창'이라 부른다. 이들에 대한 어휘 형태들이 이곳 방언권에서 다른 대상을 지시하는 것이 있다. 고성지방에서는 집안에서 버리는 물이 흘러가도록 파 놓은것을 '웅그르버리개'(우물 곁에 파놓아 우물물을 버릴 경우 그것이 흘러 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 혹은 '물도랑' 이라 부르며, 특히 더러운 물이 흘러가는 곳을 '시궁창'이라 구별해 부르기도 한다. 한편 표준어 사용권에서 하수구와 동일한 대상을 가르키는 '수채'에 대해 이 방언권에선 그 '수채'가 지시하는 대상이 전혀 다르다. 즉, 이 지역방언에서 '수채'가 지시하는 대상은 '논이나 맡에 물을 대기 위해 통나무에 홈을 파서 시내 위를 가로 건너가게 만든 것' 이다.

③ '썰매'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여준다. 어린아이들이 눈 위나 얼음판에서 타고 미끄럼질을 치는 것을 썰매라 부른다. 그런데 이 지역에선 얼음판 위에서 타는 것을 '빙구', '쓰께'라 부르고, '썰매'는 가파른 모래 언덕에서 나무 판을 타고 미끄럼치는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것은 동일한 형태로 상이한 대상을 지시하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④ 위의 예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기는 하나 '단지'와 '항아리'의 구분이 표준어 사용권과는 반대의 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즉 쌀이 30~40말 들어가는 큰 오지그릇을 '독'이라 부르는 것은 동일하나 거름으로 사용키 위해 소변을 모으려고 땅에 묻는 독은 '장군'이라 지칭하고 있어 표준어와는 그 대상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닌 점이 이 지역의 특징이기도 하다.(표준어에서의 '장군' 은 물․술․간장 따위를 담는 오지그릇이나, 나뭇조각으로 통메듯이 짜서 만든 그릇으로 그 생김새는 중두리를 뉘어 놓은 것 같으며, 특히 소변을 담아 나르는 장군을 '오줌장군'이라 지칭한다) 또한 독보다는 적고 단지보다는 큰, 배가 불룩한 오지 그릇을 '항아리'라 부르는 것인데, 이 지역에서는 제일 적은 오지그릇을 '항아리'라 부르고 있다. 즉 그 크기에 담아 두는 것을 '오갈단지'라 부르고 예쁘게 생긴 것을 '갈보단지'라 구분해서 지칭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한다.

(2) 표준어를 기준으로 해서 볼때, 표준에서보다 대상을 세분해서 인식하고 거기에 따른 세분화 된 명칭, 특히 표준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어휘의 세분화 현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거르거나 받기 위해 만든 생활용구 가운데 쳇불의 구멍이 잰 것을 '체'라 하고, 구멍이 큰 것을 '어레미'라 구분하여 지칭한다. 이 지역에서도 이들을 구분하여 구멍이 보드랍고 잰 것은 '체, 첫바쿠'라 하고, 구멍이 굵은 것은 '얼개(게)미'라 지칭하고 있어 다른 방언권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예들은 표준어보다 세분화된 어휘현상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① '얼개빗(얼레벗)'과 '챔빗(참빗)'의 구분도 위와 같은 유형의 것이다. 즉, 빗살이 굵고 성긴 것을 '얼개빗'이라 부르고, 빗살이 조금 가늘고 촘촘한 것을 '챔빗'이라 부른다. 그리고 '챔빗'보다 더 빗살이 촘촘한 것을 '쏘개울치'라 하여 대상을 좀더 세분화하여 부르고 있다.
'챔빗'은 이를 파내는(잡는)데 사용하고 '쏘개울치'는 '써개(서캐)'를 파내는 데 사용하는 것이라 하여 이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들을 세분화하고 그들에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어휘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얼개미'와 '얼개빗' 모두 '얼개-'가 공통으로 개입되어 있으며, 그 의미 또한 '성긴, 넓은'등으로 공통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얼개빗'은 '얼+빗'으로 구성된 것임은 확실히 할 수 있으나 '얼개미'도 '얼개+미'정도의 구성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의 여지가 남아 있으나 '얼개-'가 '성긴 넓은'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분명한 것 같다. 이는 또한 중세국어의 '얼니-'에서 어중(語中)-k-의 약화 탈락으로 '얼에-, 얼레-'(얼에빗즐 櫛, 얼에빗소 梳, 訓蒙, 中, 14)로 변화된 것임을 알려주는 예이기도 한다.

② 집안에서 사용하는 물을 얻기 위하여 땅을 깊게 파고 를이 고이게 한 설비 전체를 '우물'이라 통칭한다. 그리고 그 부분에 별다른 명칭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 지역에서는 샘을 파고 그 샘의 주변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을 쌓거나 시멘트 관을 묻게 되는데, 그 돌이나 시멘트관이 땅 위로 돌출한 부분을 '우물뚱지'라 부르고. 우물뚱지가 지면과 닿아 있는 둘레를 '세맨'이라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세맨'이란 명칭은 '우물뚱지' 주변의 지면을 시멘트로 바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사용하는 재료의 명칭이 대상을 지청하는 명칭으로 굳어 버린 것이다. 이것도 그들의 일상사에서 수시로 접해야 하는 대상을 좀더 세분화하여 인식하고 거기에 따른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고 있는 예의 하나가 될 것이다.

③ '날개미' '지데미'의 구분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다. 지느러미를 세분해서 지칭하여야 할경우 표준어 사용권에선 그 달려 있는 위치에 따라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라 부르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러나 고성지역에선 등지느러미를 '날개미', 배지느러미를 '지데미'라고 해서 완전히 다른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이 지역이 바닷가와 인접한 곳이어서 물고기에 관계된 것을 세분화하는 즉, 그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물들의 명칭을 세분화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첫이다.
이러한 현상은 '목침'과 '퇴침', '몽치매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나무토막을 잘라 만든 벼개를 총청해서 '목침(木枕)'이라 부르고 그중에서 그냥 나무토막을 벼개로 사용할 때 그것을 특히 '몽치매기'라 부르고, 나무토막을 천이나 헝겊으로 싸서 만들었을 경우 그것을 '퇴침'이라 구별해서 부른다
누룽지 중에서 마른 것을 '솥젱이', 물에 젖은 것을 '솔꼴기', 우거지 중에서 마른 것을 '건추', 아직 마르지 않은 것을 '우거지'라 구별해서 지칭하는 것. 또는 먼지 중에서 쌓여 있는 것을 '문지'바람에 날리는 것을 '문데기'라 구별해서 부르고 있는 것(全聖驛, 1979, pp. 24~27)등은 모두 동궤의 현상이다.
동일한 용도에 사용하는 기물들이라 해도 그것이 재료나 모양이 다를 경우, 그 명칭도 구별해서 지칭하는 경우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물이 발달하면서 그 재료나 형태가 새롭게 변화될 경우 종래의 것들과 구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 명칭에 차이를두게 되는 것이다

④ '삽'과 '사까래(삽가래)', '너까래(넉가래)'가 그러한 경우예 속한다. 이들은 본시 무엇을 사용해서 만든 것인가에 따라 '삽'과 '넉가래'(넉가래는 넓은 나무판에 자루를 달아 만든 농기구)로 구별되고 다시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에 따라 삽과 삽가래(삽자루 목에 줄을 맨 삽)로 구별된다. 그러나 이 지역에선 곡식이나 눈 등을 밀어 모으는데 사용하였던 기구인 넉가래는 마구간을 치거나 우분(牛糞)을 뜨는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삽'과 '너까래'의 구분은 사용하는 장소에 따라서 먼저 구별된다. 즉, 논이나 밭에서 사용하는 농기구는 '삽'이고, 주로 마구간에서 사용하는 것은 '너까래'이다.(물론 '너까래'란 '낭구로 만든 것'이라고 그 재료의 차이도 알고 있는듯하다)그리고 '사까래'는 '삽'과 그 모양에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너까래'에 유추되 마구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삽'을 통칭해서 '서까래'라 부르고 있다.

⑤ 곡식을 찧기 위하여 통나무나 돌 따위의 속을 우묵하게 파내거나 쇠를 부어 만든 기구가 '절구'이며 절구의 아가리로부터 움푹 들어간 부분을 확(방아)이라 부른다. 즉, 표준어 사용권에서 '절구'와 '확'은 전체와 부분에 대한 명칭인 것인데 이 지역에선 재료의 차이에 따라 통나무를 깎아 만든 것은 '절구', 돌을 갈아 만든 것은 '확,''돌확' 혹은 '돌방아'라 부른다 돌로 만든 절구가 이 지역엔 나무로 만든 것보다 후에 들어온 것이어서 그 만든 재료에 따라 구분하여 별다른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쇠를 부어서 만든 것을 '쇠꼿방아'라 부르는 것도 동궤의 현상이다.

⑥ 이러한 예들의 대표적인 것으로 '(호)주메이(호주머니)'와 '게쭈머이(개화주머니)'의 구별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한복에 달려 있는 것은 '(호)주메이'이고 개화기 이후에 보급되기 시작한 양복에 달려있는 주머니는 '게쭈머이'라 구별해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재래종에 대한 '괴(꽤)'나 개량종에 대한 '자두(도)(紫桃)'의 구별, 혹은 재래증에 대한 호박(南瓜, 넝쿨로 뻗는 호박)과 개량종인 '안즌호박'의 구별, 솥뚜껑 중에서 무쇠로 만든 것에 대한 '소두뱅이' 와 나무로 만든 것에 대한 '낭구뚜껑' 의 구별로 모두 동궤의 것이다.

(3) 어업과 관계된 고성지방의 어휘
다음의 것들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특수 어휘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나 어휘의 세분화 현상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예들이다.

① 국어에서의 조수어휘는 「밀물․썰물」로 대표된다. 중세국어의 「밀물․혈물<ㆅ혈믈」로 소급할 수 있는 이들 어휘가 방언에 따라 「들물․날물」로 교차되어 것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조석(潮汐)은 지구의 자전으로 발생하는 원심력과 달과 태양의 인력작용이 조화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달의 인력의 크기가 지구 표면상의 위치에 따라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밀물(滿潮)」과「썰물(干潮)」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석현상이 분명한 서해안 도서방언에서는 어부집단의 특수어로 다양한 유형과 지역적 분포를 보이고 있음이 보고된 바있다, (張泰鎭, 1969).
그러나 동해안지역은 이러한 조석 현상이 분명한 곳이 아니어서 그들에 대한 어휘는 별로 발달하지 못한 대신에 조류에 대한 명칭이 세분화되어 사용되고 있음이 특징이다. 물론 이러한 조류에 대한 명칭이 동해안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서해안의 그것에 비해 이 지역이 좀더 세분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이들은 조류의 방향에 따라 다음과 같은 명칭을 부여 하고 있다.

북에서 남으로의 조류 : 만물
남에서 북으로의 조류 : 썰물
동에서 서로의 조류 : 들물
서에서 남으로의 조류 : 날물

동남에서 서북 : 새안들물
동북에서 남서 : 만들물
서남에서 북동 : 새안낼물



그런데 이러한 명칭은 이들만의 독자적인 발달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조류명을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어느 한 방언만이 명칭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동일현상에 대한 방언적 교체 명칭인「설물」과「들물」,「날물」모두를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는것이 그 특징이라고 하겠다. 다만「만물」만은 아직 다른 방언에서의 용례(用例)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어서 아직 무엇이라 단언할 수 없으나「밀물」의 절정을 나타내는 한자어「만조」의 첫 독음「만」「물」을 합해서 조어(造語)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같은 사방위(四方位)의 조류명 가운데은「들물」과「날물」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새안」과「만」을 접두하여 팔방위의 조류명으로 사용햐고 있으나 서북에서 동남으로 흐르는 해류는 없기 때문에 그 명칭(아마 가능하다면
「만날물」)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을 도식하면 다음과 같다.

② 풍명(風名)에서도 어휘형태는 서해안의 것과 유사한 모습으로 쓰이고 있으나 그 제시하는 방위는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휘형태도 서해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있어 흥미롭다. 고성군(竹旺面)에서 채록한 풍명과 이미 발표된 서해안의 품명을 도식으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동일한 형태의 풍명(鳳老)으로 상이한 방위를 지시한다는 점이다. 즉 서해안에서 동풍을 일컫는 '샛바람'일 고성군에선 북동풍을, 서해안에서 남풍을 지칭하는 '마파람'으로 동남풍을 나타내면서 남풍에 대한 명칭은 없다고 한다. (남풍은 이 지역에선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도 없다는 것을 제보자가 확인하였다.)또한 서해안에선 남풍(연평도), 혹은 서풍(큰사전)을 나타내는 '갈바람'이 여기선 서남풍을 가르킨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일한 풍명에 대한 상이한 방위는 그 지역의 지리적 구조와 취락의 위치에 따라 지역적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음이 이미 지적된 바 있으며 (李崇寧, 1954, p.144), 실제로 '갈바람'이란 명칭은 외연도등에선 고성군과 마찬가지로 서남풍을, 하동․통영 등 남해안에 선 서풍을, 평북에선 남풍을, 함북에선 동풍을 각기 나타내는 것이라 보고된 바 있다. (張泰鎭, 1968, p.20 참조)



동풍을 나타내는 '들바람'과 '내바람'이란 명칭은 이제까지 보고된 적이 없어 이해하기 어렵다. 동풍에 대한 또 하나의 명칭인 '서마바람'은 수문포(水門浦)에서'동남풍을 지칭하는 어휘로 보고된바 있어 (張泰鎭, 1968, P.15) 그 방위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어휘형태 자체는 생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들바람' '내바람'이란 풍명은 아직 어느 방언에서도 보고된 적이 없어 현재로는 무엇이라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서남풍명인「갈바람」이 방향 뿐만 아니라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부는 바람이란 바람의 성격까지도 지칭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바「들바람」과「내바람」이란 바람의 성격에 의해서 붙여진 명칭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한다.
이 풍명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북서풍에 대한 풍명인 '뒤새바람'이다. 이것은 북풍명에 대해 성호쇄설(星湖寒說)은 「후명(後鳴)」이라 기록하고 있는데 현재의 방언자료에서 이와 유
사한 형태의 명칭은 이제까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후명(後鳴)」의「후(後)」는「북(北)」과 연관되는 것이고,「北」은 다시 한자고훈의「뒤北」에서 그리고 용비어천가의 예들,



에서 북에 대한 고유어「뒤」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호새설의「후명」은「뒤울이<뒤이<뒤블이」(後風, 後吹)정도로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이나(張泰鎭, 1968, p.26)현재는 소실되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어휘 형태였다. 이 흔적을 고성군에시의 '뒤새바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방위가 정북을 가르키는 것은 아닐지라도「뒤+새(北東風)」에서「뒤」의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방언이 상당히 보수적인 것임을 암시해 주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바다 밑에 있는 돌을 '성에'라 부르고, 바다 밑에 깔려 있는 모래를「미겁」이라고 부른다거나, 바다 속에서 잠겨 있는 바위의 꼭대기 부분을「뎅꼬」라 부르고, 바다 속의 바위가
바다 속의 지면과 닿아 있는 밑바박은 '지탈'이라 세분화해서 명칭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고성방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