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대연(李大蓮)의 건봉사지(乾鳳寺誌) 편찬

한 지방의 문화수준은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 정리한 서책이 얼마만큼 풍부하게 발간되었는가를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고성지방(高城地方)(杆城지방)의 지방 역사는 택당(澤堂) 이식(李植)의 수성지(水城誌) 발간으로 시작되어 간성군지(杆城郡誌)의 필사본이 민간에 유포되면서 고성지방인(高城地方人)의 역사의식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건봉사(乾鳳寺) 주지 이대연(李大蓮)은「건봉사급건봉사말사사적(乾鳳寺及乾鳳寺末寺史蹟)」지를 편찬케 함으로서 불교 영역에서 고성지방(高城地方) 역사를 정리한 업적이 크다. 건봉사지 서문에서 그는『조선사찰의 역사의 불완전은 공통적 결함이 될 것이다. 단편적 기록은 다소 있으나 물론 계통적이 아니요 또한 통일적이 아니므로 조선사찰은 역사의 불완전이라고 하나니 보다 실로 역사가 없는 것이다. 사찰의 역사는 불교 역사의 대부분이 될 것인 즉 사찰 역사의 결함은 곧 불교 역사의 결함이라. 이것이 어찌 불교도의 중대한 책임이 아니리오. 여-건봉사 주지에 피임한 후로 생각이 이에 미쳐서 위선 건봉사 본말사의 역사를 편찬코자 하야 연구를 계속하다가 드디어 본말사 회의의 의결을 정하야 편찬에 착수할 새 먼저 김일우(金日宇) 최관수(崔觀流) 양사(兩師)로 각 말사를 역방하야 고기록을 초집(抄集)하야 마침내 편집을 준성(竣成)하기에 지하니 실로 흔행(欣幸)을 불감하는 바이다. 나아가서 차가 후일에 조선사찰 역사 완성의 일조가 된다면 어찌 영행(榮幸)이 아니리오. (불기 2955년 6월 9일)라고 그 편찬 목적을 밝히고 있다.

건봉사(乾鳳寺), 백담사(百澤寺), 신흥사(神興寺), 낙산사(洛山寺), 화암사(禾岩寺), 명주사(明珠寺), 영혈사(靈穴寺), 수타사(壽陀寺), 심곡사(深谷寺), 조제암(鳥啼庵)의 사적과 건물, 토지, 임야, 명소, 탑, 부도, 보물 등 일체를 기록하였다. 건봉사를 중심으로 한 고성지방(高城地方)의 불교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건봉사는 일제 침략에 대항하는 민족 교육운동을 전개하였다. 건봉사가 창립한 봉명학원(鳳嗚學院)은 고성지방(高城地方)의 인재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물론 민족 교육을 추진, 건봉사의 민족 불교도장으로서의 지위를 확립, 건봉사에는 아도화상(阿道和尙)으로부터 발징화상(發徵和尙), 도선국사(道詵國師), 나옹대사(懶翡大師), 사명대사(泗溟大師), 도진화상(道溱和尙), 수흡화상(修洽和尙), 용허화상(聳虛和尙), 석민화상(碩旻和尙) 등 숱한 불교계의 인물이 머물렀거나 기거하면서 고성지방(高城地方)에 큰 종교적 학문적인 영향을 미쳤다. 봉명학교를 세워 민족사상의 고취, 계몽교육을 전개하였다. 건봉사가 우리나라 불교계에 차지했던 비중이나 고성지방(高城地方)에 영향을 미쳤던 비중이 그만큼 켰던 만큼 건봉사의 역사를 편찬하는 작업은 곧 고성(高城)의 지방사를 정리하는 것과도 비중이 같은 의의를 가지는 것이었다. 건봉사 주지 이대연(李大蓮)은 고성지방(高城地方)의 역사의식을 심어준 인물이라 할 수 있다.